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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시안 라스
30대 초반 외형 / 남성


외관
다부진 체격에 덥수룩한 머리카락, 눈 밑에 피곤함이 그늘져 있다. 오른손에는 만돌린을 들고 있고, 현을 당기는 왼손은 상처가 가득하다. 호박빛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 언뜻 보인 욕망과 분노는 누구에게 향하고 있는 걸까.
성격
그를 알고 지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좋은' 사람이라고 평했다. 한층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그는 누구에게나 친절했고 상냥했으며 사려가 깊은 사람이었다. 단순히 착하다는 말로만 나타내기에는 어폐가 있었다. 그의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면 그의 모든 행동의 기저에 타인에 대한 섬세한 배려가 깔려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단지 남에게 부드럽게 대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타인과 관련된 정보는 평범한 사람이라면 신경쓰지 않을 법한 사소한 점들도 함부로 놓치지 않았다. 대화를 할 때에는 상대방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으며 지나가는 말도 함부로 뱉는 일이 없었다. 단순한 보여주기식 친절함이 아닌, 그가 남들을 진심으로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행동들이었다. 주위에는 늘 그와 친해지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많았으며, 대부분은 그와의 관계에 만족했다. 친절하고 상냥하며 무엇이든 한없이 내어주는 사람. 총평하자면 마치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인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성정이 유한 사람이기도 했다. 초면에도 호감을 느낄 만한 외모에 걸맞게, 그도 타인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그의 여유로운 행동은 다른 사람들이 다가오는 것을 막지 않았으며 나른한 말투는 편안한 인상을 주었다. 부드럽고 유한 그의 성정은 그가 친분을 쌓기 좋은 사람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실제로도 그는 함께 시간을 보내기 굉장히 좋은 사람이었다. 남들이 무안하지 않도록 습관적으로 배려해주는 일은 예사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예민하게 구는 일이 없었으며 타인의 실수도 너그럽게 눈감아주고는 했다. 대화를 할 때에는 상대방을 알아가기 위해 노력했으며 사소한 사실들도 곧잘 기억하고는 했다. 다른 사람들이 그와 어울리기 위해 다가오는 것은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었다. 그 자신도 타인과 관계를 쌓는 것을 좋아했으니 그의 주위에 많은 사람이 있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누구에게나 다정한 모두의 친구, 이는 그가 바라는 인간상이자 타인이 그를 보는 방식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를 주의 깊게 관찰한다면 그의 행동에서 어딘가 위화감이 느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그냥 넘어갈 법한 상황이 대다수였지만, 눈치가 빠른 사람 중 몇몇은 그에게 넘어갈 수 없는 단단한 벽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는 했다. 수많은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들이지 않는 견고한 벽이었다. 그의 주위에는 언제나 많은 사람이 있었으나 그가 진짜 모습을 드러내거나 진솔하게 마음을 터놓는 대상은 없었다. 단순히 겉과 속이 다르다는 말로는 표현하기 힘들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제 진짜 모습을 아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언제나 타인에게는 친절하며 상냥한 사람으로 남기를 원했으므로, 그는 자신의 속마음을 필요 이상으로 숨기고는 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의 호의를 의심치 않고 받아들였으나 소수의 사람들만이 그의 행동에서 위화감을 눈치챘다. 마치 사람의 말을 하는 인형처럼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차가운 면이 있는 호의.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닌, 인위적으로 꾸며진 것 같은 친절과 상냥은 몇몇에게는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다정한 친구, 사려 깊고 호의적인 사람인 겉모습과 다르게 그의 속은 이미 문드러져 있었다. 그의 삶이 짊어진 무게는 그에게 있어서 이미 한도를 초과해 있었다. 무언가에 기대를 거는 법은 오래전에 잊었다. 타인에게 꾸며진 호의를 베풀면서도 그들에 대한 기대는 일절 하지 않았다. 제 자신조차 어떠한 기대도 걸지 않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그는 타인을 정말 남처럼 여기는 인물이었다. 그와 친하거나 가까운 사람조차 소중하다고 여기는 일이 없었다. 자연스레 타인에게 마음을 써가며 공감하는 일도 없다고 할 수 있었다. 타인이 그에게 슬픔이나 분노의 말을 늘어놓아도 겉으로만 위로의 미사여구를 늘어놓을 뿐, 속으로는 일말의 공감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성정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했기에,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친절하고 상냥한 이라고 인식하고는 했다.



그의 실제 성정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는데, 이렇게 타인에게 보여지는 상냥한 모습과는 정반대에 가깝다고 할 수 있었다. 타인에게 따뜻한 말을 늘어놓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속으로는 다른 사람들을 한껏 낮잡아 보았다. 그에게는 남들을 자연스레 자신의 밑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기대를 걸지 않는 것도 이에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다른 사람들은 절대 자신을 따라올 수 없다는 자신감이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철저하게 자신과 타인을 구분했는데, 이는 남을 업신여기는 사고방식와 함께 그의 오만한 태도에서도 비롯되었다. 이렇게 교만하고도 거만한 모습은 어찌 보면 이기적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스스로에 대해 자만할 만한 능력이 있었으며 자신에게 어떠한 상황이 닥쳐도 이를 헤쳐나갈 만큼 머리 회전이 빨랐다. 평소에도 자신이 예측할 수 없는 일을 만들지 않고자, 혹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이 흘러가게 하고자 여러 계략을 세우는 사람이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그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타인을 무시하고 깔보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제 예상대로 행동하기를 바랐기에, 대부분의 상황은 그의 생각대로 흘러가고는 했다. 그러나 반대로 타인이 그가 할 행동, 혹은 그의 생각을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 자신은 통용되는 논리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항상 자신이 흥미 있는 일을 가장 최우선 순위에 두었고 먼저 손대고는 했다. 대중적인 생각, 소위 말하는 일반인들의 통념은 그에게 있어 중요한 개념이 아니었다.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기대를 걸지 않는 삶은 꽤나 무료했기에 자연스럽게 제가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일들에만 흥미를 보이게 되었다. 친절로 가장한 겉모습만을 제외하면 그의 모든 행동은 흥미 본위로 이루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에게 있어서의 우선순위는 남들에게 유지하고 있는 친절한 친구의 역할이기에 그의 본심을 알아채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특징
흡연자 / 결벽증 / 피학성애 / 얼굴과 손을 제외한 온 몸에 상처가 있다 / 약을 했었다 / 가족(차남)에게 시력을 '빌려주는' 경우가 있음 / 라스는 가명, 본명은 리바이어선(leviathan)
기타
인간 / 194cm, 100kg / 직업 없음 / 아브네아 호수 근처의 전원주택, 폴과 결혼 및 동거중
폴덴 (배우자)
이상한 일이었다. 오직 한 사람에게만 애정을 품는다는 건 라스에게 있을 수 없던 일이었다. 분명 그랬다. 피시스에서 마주한 그에게 흥미인지, 사랑인지 모를 감정을 품고 다가간 것이 화근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현재 라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이 생각했던 정수가 아닌 변수로 답하는 폴에게 당혹스러움을, 그리고 호기심을 일구게 만들었다. 호기심은 관심이며, 관심은 사람을 바꾸고 변화하게 만든다. 그와 발걸음 폭을 맞춰 걷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타인에게 할애하는 시간 전부가 지루하지 않다고 느낀 건 정말 오랜만이었어. 그러니 사랑을 자각하는 건 그리 먼 얘기는 아니였지. 폴, 난 널 사랑해. 사랑해.